산길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발걸음이 가볍게 바뀌는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숨이 차고, 몸이 무겁고, 생각도 많다가도…
어느 구간을 넘어서면, 머릿속이 텅 비고, 몸이 스스로 걸어가듯 움직입니다.
'산이 걷게 해준다'는 말, 그 말이 딱 맞다는 걸 요즘 더 자주 느낍니다.
며칠 전, 해가 지기 전 고요한 산책길에 올랐습니다.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늦은 햇살과 바람, 그리고 적당히 가파른 흙길.
마음이 복잡했던 날이었지만, 딱히 정리하려 하지 않고 그냥 걸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몸이 조금 가벼워진 걸 느꼈습니다.
마음이 가벼워진 게 아니라, 먼저 몸이 반응한 것이죠.
몸보다 ‘기운’이 먼저 움직일 때
산길에는 설명할 수 없는 ‘기운의 층’ 같은 것이 있습니다.
초입은 늘 무겁고, 사람의 생각이 많은 지대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올라가면, 땅의 기운이 바뀝니다.
습기가 빠지고, 햇볕이 골고루 닿고, 바람이 더 가볍게 붑니다.
그 지점을 지나면 몸도 바뀝니다.
"몸이 걷는 것이 아니라, 기운이 걷게 한다."
이럴 때는 운동이라는 생각도,
건강을 위한 노력이라는 생각도 없습니다.
그냥, 자연스럽게 걷게 됩니다.
걷기만 해도 몸이 달라지는 이유
걷는다는 건 단순한 동작이 아니라, 기운을 통하게 하는 일입니다.
특히 산길은 평지가 줄 수 없는 자극과 회복을 동시에 줍니다.
- 흙과 나무 뿌리가 있는 바닥은 발바닥을 자극해 몸 전체 순환을 도와주고,
- 산의 경사는 무릎과 엉덩이, 척추 주변 근육을 자연스럽게 깨웁니다.
-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은 피부를 통해 기운을 따뜻하게 해주고,
- 바람은 정체된 생각과 감정을 살짝씩 밀어내 줍니다.
이 모든 것이 ‘걷기’라는 단순한 행위에 담겨 있다는 것,
그것이 자연의 힘이자, 순리의 이치입니다.
🌿 산책 전 작은 준비
산에 오르기 전, 늘 간단한 준비를 합니다.
물 한 잔, 호흡 3번, 어깨 한번 돌리기
이 작은 동작들이 몸과 산 사이의 벽을 허물어 줍니다.
억지로 오르려 하지 않고, 산에 '말 걸기'를 하는 느낌입니다.
기운이 채워지는 시간
어떤 날은 20분만 걸어도 충분합니다.
또 어떤 날은 1시간 넘게 걸어야 겨우 속이 풀립니다.
시간보다는 기운이 어떻게 흐르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억지로 채우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흐름을 느끼는 것.
걷다가 멈추고, 나무에 등을 기대고, 흙 냄새를 맡는 순간들.
그 사이사이에서 몸은 조용히 회복되고 있었습니다.
✔ 하루를 마무리하며
해가 지기 1시간 전, 산책 30분
따뜻한 물 한 잔, 가만히 앉아 복식호흡 3회
핸드폰은 가방 속에 넣고, 기운에 집중합니다.
산이 주는 기운은 말이 없습니다.
다만, 늘 곁에 있습니다.
그 안에서 조용히 걸을 때, 몸도 마음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걷는다는 건, 결국 나를 다시 만나는 일이라는 걸
산이 가르쳐줍니다.
– 청묵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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