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도 멈춘 듯,
조용한 햇살 하나가 머물렀다
오후 2시 무렵.
길가의 나무들이 그늘을 들여놓고
햇살은 조용히 등을 밀어주었다
땀은 흐르지 않았고
눈부심도 없었다
그저 ‘빛’ 하나만이
고요하게 기운을 감쌌다
햇살이 말을 거는 순간들
햇살이 내려앉은 벤치에 앉았다
고개를 조금 들어
나뭇잎 사이로 흐르는 빛을 바라보았다
어떤 날은 눈을 감고 있어도
그 빛의 결이 느껴진다
차갑지 않고 뜨겁지 않은 온도
어깨에 스미는 기운
‘지금 이 자리에 잘 있다’는
작은 속삭임이 들려온다
흐르듯 걷는 길 위에서
바닥에 그려진 나무 그림자
바람 따라 흐르는 들풀
짧은 새소리와, 아주 느린 발걸음
이 날의 걷기는 목적이 없었다
그저 햇살과 함께 걷는다는 것
그 사실 하나면 충분했다
🌿 오후 햇살 산책 루틴
2시경, 가장 고요한 햇살 시점에 걷기 시작
나무가 많은 길을 선택
벤치에 앉아 햇살의 방향 관찰
눈을 감고 3번 깊은 호흡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입니다"
속으로 읊조림
햇살은 늘 그 자리에 있다
달리려는 마음,
무언가를 정리하려는 머릿속도
햇살 앞에서는 멈춘다
‘가만히 있음’의 깊이를
햇살이 먼저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 오늘 오후의 기운 정리
햇살 아래서 의식적으로 걷기
말 없는 벤치에 5분 머물기
식물의 그림자 관찰
햇살의 방향을 따라 목을 천천히 돌리기
핸드폰은 주머니 속에 넣은 채로
햇살이 좋았던 하루는
그냥 그런 날이 아니다
몸이 조용히 받아들였고
마음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던 날
그 기운을 기억해둔다
– 청묵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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